2019. 5. 22. 23:39
작성 전에...
몇 년치 독서 기록을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다. 다시 읽어보니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싶어 대견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한 곳에 축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노트에 작성하기 시작했다.
2019년 올해부터는 이곳에도 다시 쌓아가본다.

첫 번째 책은 페이스북 COO로 유명한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 이다. 읽게 된 동기는, 재원언니의 강력 추천. 언니와 공감대가 많고 상담을 많이 하고 의지하던 사이기에 의심 없이 읽게 되었다. 

2019년 #1

이 책은 초장부터 나를 휘어잡았다. 내 비밀스런 마음속을 들킨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사회 초년생 시절 겪었던 것과 비슷한사례들이 등장했다.

첫 번째로 뜨끔했던 부분은 "그만둘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는 조언이었다. 여성은 이른 나이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라는 사회적 압박을 받는다. 저자도 해외특별연구원이라는 곳에 지원하지 않았던 이유가 외국에 나가면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질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부끄럽지만 나도 장기/단기 파견에 "당첨"될까봐 두려워했던 적이 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출장도 많고 파견도 많은 회사였기 때문에 언제든 갑작스럽게 나가게 되는 사례가 많았다. 나는 내가 그런 파견을 가게 될까봐 그걸 '기회'라고 생각하는 대신 두려워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그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고, 적극적으로 손을 들면 그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가정을 꾸리는데 필요한 조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새가하기 댐에 여성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새로운 기회를 더이상 추구하지 않게 된다. 기회를 거절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 직장을 가정과 병행하려던 의도에서 했던 행동이 결국 직장에서 도태되게 하고, 직장을 쉽게 떠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장과 가정에 대한 남성, 여성들의 인식 차이. 남성들은 둘 다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ㅎ지만 여성들은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잘해봤자 힘들고, 최악의 경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첫 번째 회사에 여성으로서 다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정과 직장 모두에 충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좀더 여성 직원이 많은 두번째 회사에 이직하고 나서 둘 다 잘 해내는 여자 선배들을 보니,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입사 전의 막연한 생각으로도 불가능하거나 엄청 힘들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세 번째 충격은 테이블에 앉지 안고 뒤쪽 구석에 앉은 여자들 이야기에서. 이건 남녀 문제를 떠나서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회사에서 나는 담당자로서 모든 회의석상에서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 거들 말이 있으면 옆에 상사에게 속닥거리든 직접 말을 하든 회의에 참여했다. (강제로) 그런데 테이블에 앉기 민망할 때가 있다. 내가 잘 모르는 업무거나, 내 담당이 아니거나,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우리회사 내부 임원이거나, 주인의식이 없을 때거나, 발언하기가 겁이 날 때. 즉 말하자니 쪽팔릴 것 같을 때. 누구든지 업무 담당자라면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하고, 여자여서든 준비가 부족해서든 테이블에 앉기를 꺼려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는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네 번째(너무많은거 아닌가), 가면증후군.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여성들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칭찬받으면 사기 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정을 받더라도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본인은 능력이 부족한 사기꾼이며 이 사실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능하지만 자기회의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이다. 나는 굉장히 자주 이런 자책감, 불안함, 자기회의를 느끼는데 업무적으로 그렇게 부족하거나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료나 선배들로부터는 일처리가 깔끔하고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냉정하게).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적이 잘 나와도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언젠가는 들통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 늘 내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창피한 생각이지만, 이렇게 생각한 적이 많았고, 이 책에서 내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했다. 조금은 나에게 관대해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장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안날 것 같게도 다섯 번째, 여성들의 업적에 대해서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더 평가절하한다는 점이 공감되었다. 예를들어 나만해도 비슷한 경험이 이다 .내가 팀 회의에서 A라고 주장했는데 "틀린 소리고 이건 다른 얘기다"라고 대놓고 무시당해 기분이 상한 적이 있다. 약 5분 후 나이 많고 남자인 선임이 같은 얘기를 했는데 나를 비난했던 동료가 갑자기 격하게 동의하며 맞다고 하는 것 아닌가. 억울했고 원망스럽고 그 이후로 그 동료를 좋아할 수 없었다. 같이 일해야 하니 티는 안내지만, 가까운 동료로 한 번도 여긴 적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그런 행동이나 분위기를 만든 사람에게 이성적으로 항의할 것이고 나도 내 주장을 더더욱 자신감 있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여러모로 느낀 점이 많은, 좋은 책이었다. 지난 직장생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좀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움츠렸던 몇 년은 이제 마무리짓고 거침없이 일한 앞으로를 만들어가야지! 고마운 책.

덧, 또하나 인상 깊어서 실천하고 싶었던 부분은 "장기적인 꿈"과 "18개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라는 것이다. 내가 무기력해졌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18개월 정도 기간의 목표(1~2년)가 없거나 그 기간의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그리고 장기 목표는 가져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늘 조만간 몇년 내 내가 그만두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일해왔다. 지금부터라도 장기 목표를 고민해보고 18개월 목표를 열정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
Posted by 리틀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