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5. 19:42

 


바보 빅터

저자
호아킴 데 포사다, 레이먼드 조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11-03-02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우리는 모두 빛나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잠시 접어둔 그 날개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세련되고 멋드러진 책 진열대 사이에서,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바보 빅터'의 책 표지는 처음에는 전혀 나의 시선을 끌지 않았다. 그 책을 들춰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어딘가에 홀린듯 그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고, 의외로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서점에서 서서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쉬운 이야기책에 불과하다. 로라와 빅터의 이야기.

 

로라와 빅터는 아주 어렵고 힘든 인생을 살다가, 소위 말하면 "인생 역전"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로라와 빅터의 인생 역전은 로또가 당첨되거나 주식값이 올라서, 돈을 많이 벌어서 벌어진 것이 아니다. 모두 "자기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로라는 자기 자신이 작가가 될 수 없다고 마음 속 깊이에어는 믿고 있었다. 로라의 가정환경, 특히 아버지의 독설이 거기에 한 몫을 했다. 로라가 어떤 것을 시도하든 냉소적으로, 비난조로 이야기했다. (적어도 로라의 기억에) 사실 이렇게 현실적이라는 모양의 탈을 쓴 냉소어린 조언은 사람의 기운을 빠지게 하지만, "현실적이야"라는 겉모습 때문에 그 말을 하는 당사자는 그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서서히 꿈의 날개가 꺾인 로라는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자신에게 행복이라는 것이 과분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로라는 불행하게 살았다.

 

빅터는 자기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학교에서는 IQ가 73이라며 놀림을 받았고, 똑똑하고 호기심 많아 특채로 들어갈 수 있었던 회사에서는 더더욱 무시를 받고 적응하지 못했다. 사회가, 다른 사람이, 가족이 빅터를 똑똑하지 않고 바보라고 여기자 빅터 자신 역시 자기 자신을 바보라고 여기기 시작했고, 자신이 가진 생각이나 호기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주 잘못된 죄를 짓는 것처럼 여겼다.

 

로라와 빅터가 어떻게, 어떤 계기로 행복하게 살게 되었는지는 안그래도 단순한 책의 내용을 밝혀버리게 될 것 같아 여기 모두 적을 수 없지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자기 믿음이다. 로라와 빅터는 이유 여하 막론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지 않았고, 충분히 예쁘고 똑똑한 존재,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믿어줄리가 없다. 행복이 찾아와도 언젠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걱정하는데, 행복이 유지될리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이다. 자기 믿음은 내가 나를 잘 믿으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이란 혼자서는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나 가족 등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를 떠나서는 아주 취약해지기 쉬운 존재인 것이다. 자아정체성이 발달하기 이전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너는 바보야, 너는 안될거야, 현실적으로 생각해"라고 한다면, 그 어느 누가 "아니야, 나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특출난 몇몇을 제외하고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그런 특출난 정신적 성숙 없이도 사실 재능이라던지 각자의 특별함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없이 그 이야기 자체가 통째로 내 마음에 스며든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창가의 토토,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이후로..)

 

"자기 믿음"이 있으신가요, 라고 내게 묻는다면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자신있게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참 어려울 것 같다. 늘 높은 기준에 나를 맞추려 노력하며 살아왔고, 사실 나도 모르게 행복의 기준은 엄청 높아서 내가 가진 것이 행복임을 알아보지 못했었고, 도전이라는 것은 엄청 대단한 것이어서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좀더 가볍게, 단순하게, 기준을 낮추어, 감사하게 생각해보려고 함다. 바보 빅터는 그런 나에게 참 가슴 깊이 와닿았던 책이었다. 솔직하게 내 모습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고맙고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아주 빨리 읽을 수 있어 좋았다. ㅋㅋ)

Posted by 리틀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