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0. 10:32

 


사랑받을 권리

저자
일레인 N. 아론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0-07-2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사랑’과 ‘호감’이라는 주제를 전면적으로 다뤄온 미국의 저명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한국어 제목은 '사랑받을 권리'이지만, 영어 원제목은 "The Undervalued Self"이다. 원제목이 이 책의 핵심 주제를 짚어준다. '못난 나', '저평가된 나'에 대한 이야기들과 도닥거림을 담고 있는 책이다.

 

   '못난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관계맺기보다 순위매기기를 우선시하는 자아다. 그 사람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나 관심, 동조보다는, 그 사람이 잘났고 못났고를 따지는 순위매기기를 통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다. 책에서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좌절과 패배를 피하려는 성향에서 비롯되는 우리 내면의 자아. 과거에 실패하나 좌절한 경험이 많을수록 우리 내면의 못난 나는 힘을 얻어 커진다. 못난 나는 순위매기기가 필요 없는 경우에도 순위를 매기도록 만들고,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시켜 경쟁할 의지를 꺾는다.  

 

   이 책에 소개되는 간단한 자가진단 테스트를 통하여 자신이 순위매기기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그로인해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못난 나의 상처로 인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알아볼 수 있다. 인상깊고 도움이 되었던 테스트/작업들도 있었다.

 

   예를들어, 함께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나빠지는 사람을 각각 적어본다. 그리고 함께 있을 때 왜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생각해본다. 대부분의 경우 함께 있을 때 기분이 좋은 사람과는 관계 맺기에 치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함께 있을 때 스스로든, 그 사람이 대화를 통해 부추겨서든, 순위매기기와 비교하기를 계속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의도와는 관계 없이 순위매기기를 작동시키는 사람들이 있었고, 비교를 할 필요가 없는 전혀 다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나도모르게 불합리한 비교를 통해 우울해하게 되었다.

 

   순위매기기를 필요 이상으로 하고, 못난 나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 여섯 가지 종류의 방어기제가 발현된다. 최소화하기, 외부 요인 탓하기, 경쟁에서 빠지기, 과도하게 성취하기, 부풀리기, 투사하기가 그것들이다. 누구나 이런 방어기제를 발동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겠지만, 반복되거나 삶의 성취를 가로막을 정도라면 어떤 방어기제들이 있는지, 좀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여러 테스트와 실습을 통해 독자들은 점점 직시하게 된다. 내면의 자아가 열등감에 사로잡혀있거나, 비이성적인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거나, 내면에서 자기 자신을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있다거나, 주변의 도움이나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스로가 외톨이가 되고 있다거나 하는 '못난 나'의 모습들을. 그 후 저자는 독자들에게 그러한 내면의 자아를 어루만지고 보듬는 법을 알려준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내면의 어두운 자아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체계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 대충 읽는 심리학 책이라기보다는 수업교재와 평범한 심리학 도서의 중간쯤에 와있는 보다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책이다. 경쟁이 정당하고 경쟁에서의 승리가 곧 결과뿐만이 아닌 그 사람의 전체를 설명하기도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책에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많을 것이고,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정면적으로 직시할 수 있다.

 

   다만, 내면에 대한 파고듬 그 이후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저자의 해결방안도 평범하다. 나의 내면에 대해 그렇게 해석을 했으면, 당연히 떠올릴 수 있는 해결책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은가? '교과서 위주로 깊이 있게 공부했어요' 처럼,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늘 기본에 집중하라고 해서 얼핏 식상해 보이지만, 결국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고 좋은 해결책, 성공 비결은 그네들 말대로 늘 기본적인 것들에 충실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것조차 실천하는 사람이 없기에, 평범하다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이 책의 해결방안들은 조금만 시간을 내어 실천해봄직하다.

 

   내가 껴안고 보듬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내면의 나, 무의식의 나를 보다 잘 알게 되었으니, 그 이해를 바탕으로 좀더 행복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고민도 행복한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과 어두운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은 천차만별의 차이를 불러오지 않을까. 이 책 덕분에 내 안에도 있는 '못난 나'를 발견하고, 고민의 색깔을, 분위기를 전환시키게 되었다. (정말 어렵고 정말 효과적인 것은 이 책에서 소개한 카를 융의 '능동적 상상 기법'일듯한데, 꼭 실천해봐야겠다. )

Posted by 리틀제이